리아소르의 기적, UEFA 챔피언스리그 기적의 서막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두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손흥민 선수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다들 잘 아시는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포함해 '안필드의 기적'까지 말이다.

흔히 토너먼트에서 3점 차이 이상의 스코어를 뒤집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을 일컬어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의 역사는 어느덧 70년을 넘었다.

그중 이러한 승부는 단 6차례에 불과했다. '리아소르의 기적', '이스탄불의 기적', '캄프 누의 기적', '로마의 기적', '암스테르담의 기적', '안필드의 기적'이다.

오늘은 1대 기적인 '리아소르의 기적'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이 매치업의 주인공은 당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 CF, FC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CF에 이어 전성기를 누비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 2002-2003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초호화 군단을 거느리고 있던 AC 밀란입니다.

당시 양 팀의 위상.

 

 당시에 유명했던 선수로는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이라는 스페인 국적의 선수가 있었습니다.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활약을 하며,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았던 그는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개인기가 화려했고, 패스 스킬도 뛰어났던 선수입니다.

 현재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영구 결번 제도'가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의 등번호 21번은 영구 결번이 되어 마땅할 정도의 평가를 받았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당시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1999-2000 시즌에 구단 역사상 최초로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001-2002 시즌에는 역사상 두 번째로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 강호로서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2002-2003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발롱도르 수상자 다수 보유(셰브첸코, 카카 등), 올 타임 넘버 원 수비수라고 평가받는 파올로 말디니를 비롯해 당시 AC 밀란의 위상은 현재 '레바뮌'이라고 불리는 클럽들의 이상이었습니다.

 디다, 파올로 말디니, 알레산드로 네스타, 야프 스탐, 카푸, 젠나로 가투소, 안드레아 피를로, 클라렌스 쉐도로프, 욘 달 토마손, 후이 코스타, 안드리 셰브첸코, 에르난 크레스포 등 이름만 들어도 상대팀은 오줌을 지릴 법한 네임밸류를 자랑했고, 이들의 시너지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아래 빛이 났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CF의 '갈락티코 정책'은 선수단의 이름 값이 화려하기만 하고, 호흡적인 측면에서 허점을 드러냈던 반면 AC 밀란은 일말의 약점 조차 보이지 않는 팀이었죠.

 결과론적으로 2002-2003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3-200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004-2005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06-2007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록하며 구단 통산 7회의 우승을 거두어 레알 마드리드 CF의 13회 우승에 이어 우승 랭킹 2위에 랭크된 AC 밀란입니다. 또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훗날 레알 마드리드 CF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것을 포함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가장 많이 경험한 감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3-200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당시 경기의 1차전은 AC 밀란의 홈구장인 '산 시로'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경기는 결과론적으로  원정 경기에서 1-4 완패를 당한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였습니다.

 여론의 예상대로 압도적으로 흘렀던 경기였고, 20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AC 밀란은 상대를 우습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잔인한 경기 흐름을 가져갔습니다. 카카와 카푸가 새로 가세한 디펜딩 챔피언 AC 밀란은 공수적으로 밸런스가 완벽했습니다.

2003-200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당시의 AC 밀란은 '지구 방위대'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발롱도르에서의 압도적인 투표율, 성적 등을 고려하면 틀린 말도 아니었죠.

 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CF와 발렌시아 CF가 리그의 흐름을 쥐고 있었고, AC 밀란은 유독 유벤투스 FC나 FC 인터 밀란에 비해 리그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세계 축구의 패권은 그들이 쥐고 있던 것은 팩트입니다.

 1차전을 4-1 완승으로 챙긴 그들. 심지어 원정에서 말입니다.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가 이 경기를 뒤집으려면 홈 구장에서 3점차 이상의 승리를 챙기고, 실점을 하지 않아야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4강에 진출할 수 있던 상태였습니다.

  2차전은 에서 리아소르에서 열렸습니다. 당시에는 양 팀의 선수단이나 여론들 모두 AC 밀란의 당연한 승리를 예상했죠.  역시 경기 초반은 브라질리언 공격수들을 앞세운 홈 팀이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다 전반 5분, 판디아니의 선제골이 터졌죠.

 빅토르 산체스와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드리블링 위주'과 '패싱 위주'로 성향이 갈리지만 이 둘의 차이가 시너지를 만들었죠.

 그리고 전반 34분,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의 헤딩 득점이 터지면서 상황은 고조됩니다.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원정 팬들은 점점 기대감에 부풀어 오를 수 있었죠. 당시 팀이 워낙 기적같은 상황을 많이 만들고 우승 트로피 및 리그에서 상위 지표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신뢰가 쌓인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전반 44분, 알레산드로 네스타의 실수를 재빠르게 캐치한 알베르토 루케는 디다와의 1:1 상황에서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키며 합산 스코어 4-4 동률을 이루게 됩니다. 사실 이 상태만으로도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4강 행이 가능했던 상황이었죠.

 그리고 후반 76분, 프란의 득점이 터지며 원정에서 4-0이라는 대참사를 만들어냅니다. AC 밀란은 뒤늦게 후이 코스타를 투입하며 1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맹공을 퍼부었지만 이미 경기의 흐름은 뒤바껴있었고, 선수들의 사기 역시 완전히 꺾인 상태였습니다.

 

결국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디펜딩 챔피언 AC 밀란은 안일했던 2차전 준비와 자만심이 불러온 패배였죠. 이후 다음 포스팅에서도 '이스탄불의 기적'에 대해 설명할텐데 당시 결승에서 전반전을 3-0으로 마친 AC 밀란은 이미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였고, 후반전 대역전의 비극을 맛보게 됩니다.

결국 지나친 자만심은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교훈을 남긴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인물들의 말, 말, 말!

"우리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할 확률은 가투소가 인문학 학위를 취득하는 것과 같다." 

- AC 밀란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

"화요일 우리가 밀란을 이긴다면 나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걸어서 성지 순례를 갈 것이다. 아니? 기어서 갈 수도 있다."

-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감독, 하비에르 이루레타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 하나 뿐이었다. 결국 강인했던 승리에 대한 의지는 우리에게 위대한 승리를 주었다."

-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수비수, 조르제 안드라데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믿을 수 없는 결과이다. 하지만 이는 데포르티보의 강력함을 말해준다."

- AC 밀란 수비수, 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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